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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기술

KDDX 0.6점 차 승부: 7조8천억 구축함을 가른 건 기술이 아니었다

by 스위프트31 2026.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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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치열했던 7조 8,000억 원 규모의 사업, 바로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건조 사업입니다. 대한민국 영해를 지킬 6척의 첨단 스텔스 미니 이지스함을 누가 설계하고 건조할 것인가를 두고 국내 양대 조선 거두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사활을 건 수주전을 벌여왔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방산 프로젝트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 숫자는 수천억 원의 가격 차이나 압도적인 기술 격차가 아니었습니다. 2020년 8월 방위사업청이 주관한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평가에서 양사의 점수 차이는 단 0.6565점(100점 환산 기준 0.97점)에 불과했습니다. 소수점 넷째 자리에서 갈린 이 종이 한 장 차이의 승부는 이후 군사기밀 유출 사건, 형사 처벌, 보안 감점 분쟁, 그리고 상세설계 수의계약이냐 경쟁입찰이냐를 둘러싼 전례 없는 갈등으로 번져나갔습니다.

[연재 안내] 한국 해군 함정 총정리 시리즈
본 글은 한국 해군의 핵심 수상함 전력을 조망하는 기획 연재의 5편입니다. 1편 구축함과 순양함의 개념적 차이, 2편 충남급 호위함의 해외 평가, 3편 정조대왕급 이지스함(967번 대호김종서함 진수 분석), 4편 탄도미사일 해상 요격 이지스 체계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독자 개발 차세대 구축함 KDDX를 둘러싼 수주 비화와 양사의 기술적 차이를 정밀 해부합니다.

한 줄 답: 0.6565점 차이가 한국 함정 방산 지형을 어떻게 뒤흔들었나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은 기술능력평가(80점 만점)와 비용평가(20점 만점)를 합산하여 결정되었습니다. 양사의 입찰 금액이 사실상 동등했던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이 67.8581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67.2016점을 기록하며 0.6565점 차이로 HD현대중공업이 낙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평가 직후 대우조선해양의 3급 군사기밀이었던 'KDDX 개념설계 보고서'를 현대중공업 연구원들이 도촬하여 사내 공유한 사실이 밝혀졌고, 2022년 대법원에서 연구원 9명이 전원 유죄(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방위사업청의 보안 감점 규정(-1.8점)이 현실화되었습니다. 만약 2020년 평가 당시 이 감점이 적용되었다면 결과는 정반대였기에, 이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두고 '규정대로 기본설계 업체에 수의계약해야 한다'는 현대중공업과 '기밀 탈취로 따낸 사업이므로 경쟁입찰해야 한다'는 한화오션이 정면충돌하게 되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제안한 KDDX 한국형 차기 구축함 축소 모형 실사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전시된 HD현대중공업의 KDDX 제안 모델 실사. 파도를 가르고 전면 레이더 반사면적(RCS)을 최소화하기 위한 파격적인 '역경사 함수(Inverted Wave-piercing Bow)'와 다기능 통합마스트가 두드러집니다. (사진: @Foxtrot19_RADAR, CC BY-SA 4.0)

KDDX 사업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해군 첫 100% 독자 구축함

KDDX(Korea Next-Generation Destroyer)는 총 사업비 7조 8,000억 원이 투입되어 2030년대 중반까지 총 6척을 건조하는 해군의 차세대 주력 구축함 사업입니다. 척당 건조 비용만 약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방산 프로젝트입니다.

한국 해군이 보유한 기존 주력함들과 비교했을 때 KDDX가 갖는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세종대왕급이나 정조대왕급 구축함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이지스(Aegis) 전투체계와 SPY 계열 레이더를 수입하여 탑재한 반면, KDDX는 선체 설계부터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관리체계(CMS),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듀얼밴드 AESA 통합마스트(I-MAST), 그리고 발사 플랫폼인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I / KVLS-II)까지 100% 국내 독자 기술로 구현됩니다. 즉, 외국의 라이선스 제약이나 블랙박스 규제 없이 우리 군의 독자적인 작전 교리와 한국형 미사일을 자유자재로 통합할 수 있는 최초의 진정한 '국산 플래그십 구축함'입니다.

배수량은 기준배수량 6,000톤급, 만재배수량 약 8,000톤급으로 설계되어 기존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KDX-II, 만재 약 5,500톤)을 완전히 대체하게 됩니다. 크기는 8,200톤급 정조대왕급(KDX-III Batch-II, 만재 약 11,000톤)보다 다소 작지만, 스텔스 선체 설계와 고도의 센서 융합 기술을 적용하여 전투 효율성은 기존 1세대 이지스함을 능가하는 수준을 지향하고 있어 일명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립니다.

2020년 기본설계 수주전: 0.6565점 차이의 공식 채점표

KDDX 건조 사업의 핵심 관문이었던 2020년 기본설계 입찰은 방위사업청의 엄격한 제안서 평가 체계 아래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수주전은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맞대결이었습니다.

함정 사업 제안서 평가는 통상 기술능력평가 80% + 비용평가 20%로 구성됩니다. 당시 양사가 제시한 입찰 금액은 예정 가격에 매우 근접하여 비용평가에서는 사실상 점수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모든 승부는 80점 만점의 기술능력평가에서 갈렸습니다.

평가 항목 배점 비중 HD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 한화오션) 점수 격차
기술능력평가 80점 (80%) 우세 (약 47.8점 수준) 열세 (약 47.1점 수준) +0.6565점
비용평가 (가격) 20점 (20%) 동등 (약 20.0점) 동등 (약 20.0점) 0.0000점 내외
보안 감점 (2020년 당시) 감점제 0.0000점 (미적용) 0.0000점 (무사고) 0.0000점
최종 합산 점수 100점 만점 67.8581점 (낙찰) 67.2016점 (탈락) +0.6565점

채점 결과 HD현대중공업이 67.8581점, 대우조선해양이 67.2016점을 획득하여 현대중공업이 0.6565점 차이로 기본설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100점 만점 기준 환산 시 1점도 채 되지 않는 0.97점의 격차였습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독자적인 전기추진체계 구성과 스텔스 선형 제안에서 근소하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DDX 기본설계 0.6565점 채점 구조 및 사업 단계별 인포그래픽 도식
KDDX 기본설계 당시의 채점 구조와 향후 상세설계 쟁점을 비교 정리한 인포그래픽 도식. (직접 제작, CC BY-SA 4.0)

군사기밀 도촬 사건의 전말: 0.65점 뒤에 숨겨진 1.8점 감점

하지만 이 승리는 곧바로 방산업계 최대의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었습니다. 입찰이 끝난 직후 군 검찰과 사법 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2013년과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해군과 방위사업청의 의뢰를 받아 KDDX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Concept Design)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3급 군사기밀 보고서를 작성해 군에 납품했습니다. 그런데 HD현대중공업 소속 특수선 사업부 연구원들이 해군 기획관리참모부 등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군 관계자의 묵인하에 해당 KDDX 개념설계 보고서와 차기 잠수함 관련 기밀 자료를 동영상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도촬)하여 무단 반출한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연구원들은 반출한 군사기밀 문건을 사내 비인가 네트워크 저장장치(NAS)에 업로드하여 임직원들과 공유하며 연구개발에 활용했습니다. 이 사실은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의 불시 보안감사에서 발각되었고, 기밀을 촬영·열람한 현대중공업 연구원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오랜 법정 공방 끝에 2022년 11월 1심(울산지법)에 이어 2023년 대법원에서 연루 연구원 9명 전원에게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의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국가 최고 등급의 방산 연구개발 인력들이 조직적으로 경쟁사의 기밀을 빼돌렸다는 초유의 사법 판단이 내려진 것입니다.

보안 감점 규정(-1.8점)과 '시간차'의 모순

방위사업청의 훈령인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에 따르면, 방산업체 임직원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징역형 집행유예 이상)을 받을 경우, 해당 기업은 향후 방위사업청 입찰에서 최대 -1.8점의 보안 감점을 부과받게 됩니다. -1.8점은 소수점 둘째·셋째 자리에서 수주가 갈리는 방산 입찰에서 사실상 '입찰 배제'에 가까운 치명적인 감점입니다.

여기서 한화오션 측의 강력한 문제 제기가 발생합니다. 2020년 8월 기본설계 입찰 당시에는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으나 법원의 '형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에 보안 감점이 단 0점도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시 감점이 정상 적용되었다면, 0.6565점이라는 격차는 가볍게 뒤집혀 한화오션이 1.14점 이상의 큰 격차로 기본설계를 수주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11월 유죄 확정 이후부터 3년간(2025년 11월까지) 모든 해군 함정 입찰에서 -1.8점의 감점을 적용받았습니다. 이 감점의 위력은 2023년 7월에 치러진 울산급 Batch-III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서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당시 한화오션은 현대중공업을 불과 0.1422점 차이로 제치고 5·6번함을 모두 따냈는데, 현대중공업이 받은 -1.8점 감점이 없었다면 현대중공업이 1.6점 이상 앞서 낙찰되었을 상황이었습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제안한 KDDX 한국형 차기 구축함 축소 모형 실사
MADEX에 전시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KDDX 제안 모델 실사. 거친 해상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항해 성능을 발휘하는 전통적인 플레어 선형 함수와 대형 헬기 격납고, VLS 구역이 특징적입니다. (사진: @Foxtrot19_RADAR, CC BY-SA 4.0)

양대 조선소의 기술 대결: 선체 형상과 추진 체계 비교

기밀 누설 논란을 떠나, 양사가 2020년 입찰 당시 제시했던 순수 엔지니어링 설계안은 세계 함정 건조 트렌드를 선도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습니다. 두 조선소는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 30년을 책임질 KDDX의 선형과 시스템 구성에 대해 서로 다른 철학을 제시했습니다.

구분 항목 HD현대중공업 제안안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제안안
함수(Bow) 형상 역경사 파도관통형 함수 (Inverted Bow)
미 해군 줌왈트급과 유사한 칼날형 역경사 선형
전통형 플레어 함수 (Flared Bow)
바깥쪽으로 넓어지는 전통적 수상함 선형
스텔스 및 내파성 전면 레이더 반사면적(RCS) 극단적 감소, 고속 직진 시 조파저항 최소화 특화 동해·서해의 악천후 및 거친 파도(황천) 항해 시 복원력과 함수 들림 안정성 우수
추진 시스템 완전 전기추진 체계 (IFEP)
가스터빈 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해 전동 모터로 추진
하이브리드 기계/전기 추진 (CODLOG)
저속은 전기모터, 고속 순항 시 기계식 가스터빈 직결
수직발사체계(VLS) 함수 KVLS-I 32셀 + 함미 KVLS-II 16셀 배치
(장거리 탄도탄 요격 및 대지 타격 혼합)
함수 KVLS-I 48셀 + 별도 확장 모듈 구역 확보
(유사 다목적 무장 운용 능력)
마스트 통합 체계 한화시스템 I-MAST 통합 패키지 최적화 선체 연동 스마트 선체 통합 관리 시스템(Smart Ship) 연동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의 미래형 스텔스 구축함인 줌왈트급(Zumwalt-class)을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역경사 함수(Inverted Wave-piercing Bow)를 채택했습니다. 파도를 위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칼로 쪼개듯 통과하는 형상으로, 적의 해상 초계기나 수상함 레이더가 함수를 비출 때 전파를 하늘과 바다로 산란시켜 전면 스텔스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반면 한화오션은 파도가 거칠고 수심 변화가 심한 한반도 주변 해역(특히 동해의 높은 너울성 파도)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통적인 플레어(Flared) 함수를 고도화했습니다. 함수가 파도를 탈 때 들림 현상을 부드럽게 억제하고 갑판으로 바닷물이 들이치는 것을 막아, 악천후 속에서도 무장 발사와 승조원의 작전 수행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실전 지향적 설계였습니다.

한화시스템 삼척 해양연구센터 KDDX 듀얼밴드 AESA 통합마스트 I-MAST 시험평가 실사
강원도 삼척 해양연구센터에 건립된 KDDX 다기능 통합마스트(I-MAST) 육상시험평가장(LBTS) 실사. 사면에 장착된 S-band 광역 감시 레이더와 X-band 정밀 추적 레이더, 통신·피아식별 안테나가 하나의 스텔스 타워에 완벽히 통합되어 있습니다. (사진: 한화시스템 공공누리 제1유형)

KDDX의 심장: 한화시스템 듀얼밴드 AESA 통합마스트(I-MAST)

선체 건조 경쟁과는 별개로, KDDX의 가장 핵심적인 전투 감각기관인 통합마스트(I-MAST, Integrated Mast)는 한화시스템이 개발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마스트는 전투함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센서 타워로, 과거의 군함들은 회전식 레이더 안테나, 통신 안테나, 전파방해 장치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적의 레이더에 거대한 반사체로 잡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KDDX에 탑재되는 통합마스트는 이 모든 센서를 사각뿔 형태의 밀폐형 스텔스 구조물 안으로 완전히 내장했습니다. 특히 마스트 4면에 평면으로 부착된 레이더는 국내 최초의 듀얼밴드(Dual-Band) 다기능 AESA 레이더 체계입니다.

  • S-band 광역 탐색 레이더: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날아오는 적의 탄도미사일과 항공기를 원거리에서 탐지하고 추적하는 눈입니다. 대기 감쇠가 적은 주파수를 사용하여 한반도 전역의 고고도 공중 표적을 감시합니다.
  • X-band 정밀 사격통제 레이더: 해수면을 스치듯 날아오는 적의 초음속 대함 순항미사일(Sea-skimming Missile)이나 저고도 무인기를 밀리미터 단위의 오차로 정밀 추적하여, 함대공 요격 미사일인 해궁(K-SAAM)과 L-SAM 개량형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을 표적에 유도합니다.
  • 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IRST) 및 피아식별기(IFF): 전파를 방출하지 않고도 열 신호만으로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고성능 전자광학 장비와 통신 안테나까지 마스트 내부에 일체형으로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 통합마스트 기술은 한화시스템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협력하여 삼척 해양연구센터의 실물 크기 육상시험장(LBTS)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검증을 완료했으며, 이는 한국이 미국, 영국,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4번째 수준의 군함 다기능 센서 통합 능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 해군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DDG-991 해상 기동 실사
대한민국 해군의 1세대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DDG-991)의 웅장한 해상 기동 모습. KDDX는 세종대왕급의 거대한 덩치와 무장량을 컴팩트한 스텔스 선체로 압축하고 100% 국산 전투체계로 재탄생시키는 해군의 결실입니다. (사진: U.S. Navy photo by Lt. Ed Early, Public Domain)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 격돌: 수의계약인가, 경쟁입찰인가

기본설계가 완료된 2023년 말부터, KDDX 사업은 다음 단계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두고 양사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1번함 건조 사업비만 1조 원이 넘고, 이후 2~6번 후속함 건조까지 주도권을 쥐게 되는 함정 방산의 '마스터 키'이기 때문입니다.

1. HD현대중공업의 논리: "방위사업관리규정 제89조와 설계 연속성"

HD현대중공업은 군 함정 획득의 오랜 관례와 현행 훈령을 강조합니다. 방위사업관리규정 제89조 제1항에는 "함정 연구개발 사업의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구축함과 같은 복잡한 무기체계는 선체의 중량 분포, 복원성, 파이프라인과 전선 배치 등을 수년에 걸쳐 기본설계한 조선소가 도면의 세부 메커니즘을 가장 완벽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른 조선소가 상세설계를 맡게 될 경우, 도면 해석과 재검토에만 1~2년 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어 해군의 2030년 전력화 납기가 파탄 날 위험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울산조선소 특수선 야드의 독자적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수의계약이 이루어져야 국가 안보 공백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2. 한화오션의 논리: "기밀 탈취로 취득한 사업에 대한 수의계약은 특혜"

반면 한화오션은 법과 정의의 원칙을 내세웁니다. 애초에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주할 수 있었던 바탕에 한화오션(구 대우조선)의 개념설계 기밀 도촬 행위가 있었고, 대법원에서 전원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설계를 수행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7조 8천억 사업 전체를 독식하게 하는 것은 불법 행위자에게 막대한 불로소득과 특혜를 안겨주는 꼴이라는 비판입니다.

방위사업관리규정에도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경쟁입찰에 부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명확히 존재하므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는 반드시 공정한 경쟁입찰을 통해 기술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조선소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화오션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HD현대중공업 임원진의 기밀 유출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를 추가 의뢰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3. 방위사업청과 해군의 고차방정식: 분할 건조안 검토

주무 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섰습니다. 수의계약을 강행할 경우 한화오션 측의 입찰금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으로 사업 자체가 법정에 묶여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고, 경쟁입찰을 추진할 경우 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 지식재산권(IP) 침해 논란과 설계 검증 지연에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방사청 안팎에서는 상세설계는 양사가 공동 수행하거나, 선도함 건조를 분할 발주하는 절충안(공동 건조 또는 1·2번함 동시 발주 분할) 등 제3의 방안까지 다각도로 검토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한민국 해군 기동함대사령부와 KDDX 6척의 전략적 가치

수주전의 갈등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은 KDDX 6척이 대한민국 해군에게 갖는 절대적인 전략적 가치입니다. 대한민국 해군은 제주해군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제7기동전단을 확대 개편하여 미래 대양작전의 핵심 부대인 기동함대사령부를 창설하고 있습니다.

기동함대는 3개 기동전대로 구성되며, 각 전대는 광역 방공과 탄도탄 요격을 담당하는 이지스 구축함(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 1척과 주력 전투함인 KDDX 2척, 그리고 차기 군수지원함(AOE-II) 등으로 편성될 계획입니다. 즉, 총 6척의 KDDX가 완성되어야만 3개 전대가 빈틈없이 24시간 순환(작전-훈련-정비) 체제를 가동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주변국인 중국의 055형 만재 13,000톤급 대형 구축함 대량 취역, 일본 해상자위대의 마야급 이지스함 및 아스카·모가미급 다목적 호위함 증강에 맞서, 독자적인 탄도탄 감시 및 대함 순항타격 능력을 갖춘 국산 첨단 스텔스 구축함의 적기 배치는 해상 교통로(SLOC) 보호와 해양 주권 수호에 결코 타협할 수 없는 필수 과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KDDX는 정조대왕급 이지스함보다 작은데 왜 더 비싸거나 중요하다고 하나요?

정조대왕급은 선체 크기(8,200톤급)와 미사일 적재량(VLS 128셀급)이 더 거대하지만, 핵심 체계인 이지스 전투체계와 레이더를 미국에서 수입합니다. 반면 KDDX는 선체 설계, 듀얼밴드 AESA 레이더, 통합마스트, 전투체계 소프트웨어까지 대한민국 연구진이 100% 독자 개발한 무기체계입니다. 연구개발비가 초기 투입되지만, 향후 해외 수출 시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ITAR) 제약 없이 독자 수출이 가능하며, 유지보수 비용(MRO)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자주국방의 상징입니다.

Q2. 2020년 기본설계 당시 0.6565점 차이는 왜 발생했나요?

양사가 제시한 입찰 가격이 거의 차이가 없어 가격 평가(20점)는 동점이었습니다. 80점 만점의 기술능력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이 제안한 진일보한 완전 전기추진(IFEP) 설계와 전면 역경사 스텔스 함수 설계가 평가위원들로부터 근소하게 높은 점수를 받아 총점 0.6565점 차이로 낙찰되었습니다.

Q3. HD현대중공업이 받은 보안 감점 -1.8점은 왜 그때 적용되지 않았나요?

방위사업청 지침상 보안 감점은 법원에서 '형(형사처벌)이 확정'되어야 부과됩니다. 2020년 8월 기본설계 제안서 평가 당시에는 군 검찰과 사법 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이었을 뿐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감점이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최종 유죄 판결은 2년 뒤인 2022년 말~2023년에 확정되어 이후 입찰부터 감점이 적용되었습니다.

Q4. KDDX의 실전 배치는 언제쯤 이루어지나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가 확정되면, 약 4~5년간의 상세설계와 1번함 건조를 거쳐 2030~2031년경 1번함이 진수 및 해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이후 2~6번함의 후속 양산을 거쳐 2036년까지 6척 전력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5. 양사의 갈등 때문에 사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은 없나요?

가장 큰 우려 요인입니다. 방위사업청이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줄 경우 법적 분쟁(가처분 소송 등)으로 비화되어 상세설계 착수가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군과 방사청은 전력화 일정 차질을 막기 위해 분할 발주나 공동 참여 등의 중재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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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시점 및 사실 확인 고지: 본 분석 글은 2026년 10월 대한민국 방위사업청 공식 발표, 법원 판결문,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 각 사(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한화시스템)의 공식 전시 공개 제원 및 프레스킷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업자 선정 방식 및 세부 건조 일정은 향후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KDDX 모형 실사(@Foxtrot19_RADAR, CC BY-SA 4.0), 한화시스템 삼척 해양연구센터 I-MAST 시험장(한화시스템 공공누리 제1유형), 미 해군 세종대왕함 해상 기동(U.S. Navy photo by Lt. Ed Early, Public Domain), KDDX 인포그래픽 도식(Swift's Tech Note 직접 제작,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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